
다자녀 가구라면 아이 한 명당 월 9만 원씩 기저귀 값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하지만 신청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재산 기준과 분유 지원의 까다로운 조건입니다. 저 역시 대중교통이 불편한 비수도권에 살며 24년식 SUV를 운행하고 있는데, 단지 차량 배기량이 2,000cc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복지 혜택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방에서 차는 사치가 아닌 생존권인데, 이걸 '사치품'으로 보는 현실이 너무 억울했습니다.
2,000cc 넘으면 탈락? 자동차 재산 기준의 진실
"우리 집 차는 10년 된 똥차인데 CC만 높으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복지부의 자동차 재산 환산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혹합니다. 일반적으로 2,000cc 이상의 대형 승용차나 출고 10년 미만의 신형 SUV를 소유하면 차량 가액 전체가 월 소득으로 환산됩니다. 여기서 소득 환산이란 실제로 그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복지 제도상 '그만큼의 수입이 있는 것처럼 계산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3,000만 원짜리 차를 가지고 있으면, 국가는 여러분을 매달 3,000만 원을 버는 부자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예외 기준도 존재합니다. 아래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소득이 아닌 '일반재산'으로 분류되어 커트라인이 확 낮아집니다.
- 차령 10년 이상: 2,000cc가 넘어도 10년 이상 된 구형 차량이면 일반재산으로 인정됩니다
- 차량 가액 500만 원 미만: 배기량과 상관없이 중고차 시세가 낮으면 통과 확률이 높습니다
- 1,600cc 미만 소형차: 배기량이 낮으면 신차여도 일반재산으로 봅니다
저처럼 비수도권에서 24년식 SUV를 운행하는 경우, 차량이 신형이고 2,000cc를 넘기 때문에 무조건 소득 환산 100% 대상입니다. 서울이나 광역시처럼 대중교통이 촘촘한 것도 아니라서 일하거나 아기 데리고 병원 가려면 자동차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인데, 이걸 '자산'으로만 평가하는 행정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나요? 지방에서는 차가 생존권인데 말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분유 지원 11만 원,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다자녀면 첫째, 둘째 합쳐서 월 40만 원 받는 거 아니야?" 이렇게 기대하셨다면 현실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한 명당 기저귀(9만) + 분유(11만)로 20만 원씩, 총 40만 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제분유 지원(월 11만 원)은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정부는 최대 월 20만 원을 준다고 홍보하지만, 분유 값 11만 원을 받는 건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조제분유 지원 대상은 산모의 사망, 에이즈·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 중증 질병, 장기 입원, 혹은 아동복지시설 아동 등 '의학적으로 모유 수유가 불가능함'을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의학적 불가능이란 단순히 모유가 부족한 게 아니라, 산모의 건강상 문제로 물리적으로 수유가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모유가 안 나와요", "직장 복직해야 해서 분유 먹여요"라는 사유는 단 1원도 지원되지 않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건강한 다자녀 가구는 기저귀 값만 각각 9만 원씩, 월 총 18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 실질적인 팩트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아동복지과).
분유만 끝나면 돈이 좀 덜 들 줄 알았는데, 웬걸요? 6개월 넘어서 이유식 시작하니까 지출이 폭발했습니다. 분유에 이유식까지, 9개월 된 저희 아기는 저보다 더 잘 먹습니다. 철분이 부족하면 안 된다고 매 끼니 소고기를 먹여야 하고, 알레르기 테스트한다고 주기적으로 과일도 다양하게 사야 합니다. 저도 평생 못 먹어본 다양한 식재료를 이유식 만들면서 처음 만져봤어요. 소고기를 매일 이렇게 보는 것도 처음이고요.
첫째가 24개월 넘으면 둘째 지원도 끊기나요?
연년생이나 쌍둥이로 다자녀 혜택을 받기 시작했는데, 첫째가 생일이 지나 24개월을 넘기면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청 당시 다자녀 가구로 확정되었다면, 첫째의 지원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둘째는 본인이 만 2세(24개월)가 되는 날까지 계속 바우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바우처란 정부가 특정 서비스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이용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기저귀를 살 수 있는 쿠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정 시점의 자격이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둘째 몫까지 갑자기 못 받게 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12개월 넘어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면 밥 3끼에 간식 2끼라는데, 분유보다 돈이 더 나간다는 선배 맘들의 말이 이제야 체감됩니다. 기저귀 값 월 9만 원? 하루 최소로 잡아서 5장만 갈아도 한 달이면 150장인데, 항상 최소로 갈 수도 없는 거고 핫딜 없이는 9만 원으로 턱도 없습니다. 필수품인 기저귀와 분유조차 '증명'을 해야만 주는 나라, 알면 알수록 참 씁쓸합니다.
정부는 '최대 40만 원 지원'이라는 타이틀로 생색을 내지만,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요? 분유는 엄마가 아파야만 먹이는 게 아닙니다. 모유가 부족해서, 혹은 복직 때문에 분유를 선택한 수많은 엄마에게 분유 값은 기저귀 값만큼이나 무거운 부담입니다. 12개월 지나면 분유 안 먹으니까 혜택이 필요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다양한 먹거리와 용품이 필요해지는 시기입니다. 기저귀 지원 대상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분유 값까지 패키지로 지원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질병 증명서'를 가져와야 아기 밥값을 주겠다는 식의 치졸한 선별 복지는 이제 멈춰야 합니다. 아이 낳으라면서 기저귀 값 18만 원 지원해 주며 '저출산 대책'이라 말하기엔, 부모들이 짊어진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