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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백일해 주사 (임신 접종 시기, 무료지원, 가족 예방)

by 기록온 님의 블로그 2026. 3. 29.

"백일해 주사는 첫째 때 맞았으니까 둘째 임신 때는 안 맞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우연히 들은 이 질문이 제게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저 역시 임신 27주 무렵 산부인과에서 백일해 접종 안내를 받기 전까지는 '한 번 맞으면 끝'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알고 보니 백일해 주사는 매 임신마다 다시 맞아야 하고, 아기 주변 가족 모두가 함께 맞아야 진짜 효과를 발휘하는 예방접종이었습니다. 지금 생후 9개월 된 제 아기가 한 번도 심한 기침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면, 그때 남편과 함께 보건소 에 함께 방문 했던 순간이 정말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일해는 왜 신생아에게 치명적일까요?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이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병입니다. 여기서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이란 사람의 기도에 붙어서 독소를 분비하며 심한 기침을 유발하는 병원균을 의미합니다. 성인이 이 균에 감염되면 보통 2~3주 정도 기침이 심하다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호흡곤란과 무호흡 발작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는 생후 2개월이 되어야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1차 접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스스로 면역을 만들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유일한 보호 방법은 임신 중 엄마가 Tdap 백신을 맞아 생성된 항체를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하는 것뿐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제가 임신 28주에 주사를 맞을 때 산부인과 선생님이 "지금 맞으면 아기가 태어날 때쯤 항체가 최고조에 달할 거예요"라고 설명해 주셨던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Tdap은 파상풍(Tetanus), 디프테리아(Diphtheria), 백일해(Pertussis)를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 백신입니다. 여기서 혼합 백신이란 여러 질병을 한 번의 주사로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든 백신을 뜻합니다. 엄마가 임신 중 만든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에, 첫째 임신 때 접종했더라도 둘째 임신 때 다시 맞아야 태아에게 충분한 면역력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산부인과에서는 매 임신마다 반복 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 백일해 주사, 언제 맞는 게 가장 좋을까요?

가장 권장되는 접종 시기는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 그중에서도 27~30주가 이상적입니다. 이 시기에 접종해야 출산 전까지 항체가 태아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임신 28주 초반에 맞았는데, 당시 배가 많이 나와서 보건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조차 숨이 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기한테 항체 전달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힘을 냈습니다. 옆에서 제 무거운 몸을 단단히 받쳐주며 보건소에 이끌어주던 남편의 존재가 참 든든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만약 임신 중에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출산 직후에라도 맞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산후 접종은 모유를 통한 항체 전달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가급적 임신 3분기 초반에 챙기는 것이 태아 보호 효과가 훨씬 높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임신 중 Tdap 접종을 받은 산모의 신생아는 생후 2개월 전까지 백일해 감염률이 90% 이상 낮아진다고 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접종 비용은 원래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의 비급여 항목이지만, 요즘은 많은 지자체에서 임산부 및 배우자 무료 접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지역 보건소에서는 임신부는 물론 배우자까지 1회 무료로 지원해 줬습니다. 다만 지자체마다 예산 상황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 관할 보건소 홈페이지나 전화로 '배우자 포함 여부'와 '준비물(신분증, 임신 확인서 등)'을 반드시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아빠와 조부모도 함께 맞아야 하는 이유

백일해 예방의 핵심은 '코쿤(Cocoon) 전략'입니다. 여기서 코쿤 전략이란 아기를 누에고치처럼 면역자들로 둘러싸서 보호한다는 의미로, 신생아 주변 모든 성인이 예방접종을 받아 감염원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신생아 백일해 감염 사례의 80% 이상이 가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엄마만 접종받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빠는 물론이고 조부모, 베이비시터 등 아기와 밀접하게 접촉할 모든 성인이 접종 대상입니다. 저희는 친정 엄마와 시부모님께 일일이 전화를 돌려 "손주 보러 오시기 전에 백일해 주사 꼭 맞고 오세요"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라며 의아해하셨지만, "요즘은 신생아 안전을 위해 가족 모두 맞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드리니 흔쾌히 동의해 주셨죠.

가족들은 아기와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완료해야 합니다. 백신을 맞은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보통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혜택으로 배우자까지 무료인 지역도 많지만, 조부모님이나 기타 가족들은 일반 병원에서 유료로 맞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활용하면 거주지 주변에서 가장 저렴하게 접종할 수 있는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가족 전체가 주사를 맞는다는 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신생아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알고 나니 결코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은 남편, 친정 엄마, 시어머니, 시아버지까지 총 4명이 추가로 접종받았는데, 그 덕분에 아기가 태어난 후 첫 두 달 동안 마음 놓고 가족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접종 후 주의사항,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들

백일해 주사를 맞고 나면 접종 부위가 붓거나 뻐근한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몸속에서 면역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주사 맞은 팔이 이틀 정도 묵직하고 아팠는데, 남편은 거의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니 "나만 유난히 아픈가?" 하고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드물게 몸살 기운이나 미열이 날 수 있으니 접종 당일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무리한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산부의 경우 열이 나면 태아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므로, 참지 말고 담당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문의하여 임산부 복용이 가능한 해열제(아세트아미노펜 등)를 처방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다행히 열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주치의께 "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봤던 게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됐습니다.

접종 부위가 많이 부어오른다면 깨끗한 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통증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저는 집에 있던 아이스팩을 얇은 수건으로 감싸서 10분 정도씩 대고 있었는데, 확실히 붓기가 빨리 가라앉았습니다. 단, 얼음을 직접 피부에 대면 동상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수건을 사용하세요.

주사를 맞은 후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 접종 부위가 심하게 붓거나 빨갛게 변하면서 열감이 동반될 때
  • 38도 이상의 고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될 때
  • 호흡곤란이나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때

다행히 Tdap 백신은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이라 심각한 부작용은 매우 드뭅니다. 제 주변 임산부들 중에서도 큰 문제를 겪은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생후 9개월 된 아기를 키우면서, 그때 그 "면역 방패"를 꼼꼼히 챙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아기가 여지껏 한 번도 심한 기침 없이 건강하게 자랐고, 가족들이 안심하고 안아주고 돌봐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백일해 예방접종 덕분이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중요한 예방접종이 아직도 지역마다 무료 지원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디 사는 엄마는 부부 모두 무료인데, 어디 사는 엄마는 임신부만 무료고 남편은 5만 원 내야 한다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생명과 직결된 기초 예방접종 비용이 지자체 재정 자립도에 따라 달라지는 건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국가가 100% 책임지는 '면역 복지'가 실현될 때, 비로소 부모들이 마음 놓고 출산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참고: https://nip.kd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