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한 번에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검사 결과에 큰 이상이 없었고, 담당의 말을 그대로 따랐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실패를 겪고 나서야 시험관이 원래 한 번으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이별 누적 임신율이 실제로 어떻게 되는지, 실패 후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동결배아 이식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 제가 직접 겪어보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시험관 성공률과 시도 횟수별 누적 임신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험관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번에 되는 사람도 꽤 많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 국립 주산기역학 및 통계연구소가 2016~2017년에 체외수정(IVF) 시술을 시작한 수천 명의 여성을 3~4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체외수정(IVF)이란 난자와 정자를 체외, 즉 몸 밖에서 수정시킨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시술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고 부르는 방식이 바로 이것입니다(출처: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
이 연구에서 나이대별로 분만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30~31세: 1회 시도 분만율 48%, 2회 이내 61%, 3회 이내 67%
- 34~35세: 1회 시도 분만율 40%, 2회 이내 54%, 3회 이내 60%
- 40~41세: 1회 시도 분만율 13%, 2회 이내 21%, 3회 이내 25%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수치가 '임신율'이 아니라 '분만율'이라는 점입니다. 분만율이란 시술 이후 실제로 아기가 태어난 비율을 말합니다. 피검사에서 수치가 나오는 화학적 임신, 심음이 확인되는 진행 임신, 그리고 최종 분만까지 — 각 단계를 거치면서 비율은 계속 낮아집니다. 그러니 단순 임신율은 분만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 연구가 분만율 기준으로 제시된 이유는 우리의 진짜 목표가 임신 수치가 아니라 건강한 아이를 안고 퇴원하는 그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데이터를 처음 접했을 때, 36~37세 기준 1회 분만율이 30% 수준이라는 걸 알고 적잖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3회 이내 누적 분만율이 약 50%에 달한다는 수치는 반대로 '계속 시도할 이유'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실패 후 감정과 심리 변화
첫 번째 이식 후 두 줄이 나왔을 때, 저는 정말 됐다고 믿었습니다. 너무 흐렸지만 분명 두 줄이었고, 피검사 수치도 50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피검사에서 더블링이 되지 않았습니다.
더블링이란 체외수정 후 임신 초기에 hCG(인간 융모성 생식선자극호르몬) 수치가 약 48시간마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더블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학적 임신, 즉 착상은 됐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봅니다. 저는 그게 정확히 제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후회가 시작됐습니다. '동결배아였으면 달랐을까?' '두 개 이식해 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시험관에 대해 더 공부했더라면 내 의견도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난자 11개가 채취됐고 신선배아를 1개만 이식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머지는 동결 보관 중이었는데, 그때는 '그 하나도 같이 넣어줬으면 이번에 끝났을 수도 있었잖아.'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혹시 병원에서 한 번에 성공 안 하게 한 건 아닐까?'라는 의심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감정이 너무 앞섰던 거라는 걸 알아요. 배아 이식 개수는 환자의 나이와 배아 상태, 그리고 다태임신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는 임상 기준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실패시킨다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실패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뭐라도 이유를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관을 가족에게도 비밀로 했던 것도 힘들었습니다. 부모님도, 시댁도 몰랐고, 남편과 둘이서만 병원을 다녔습니다. 결과가 안 좋아도 혼자 삼켜야 했으니까요. 시험관 카페는 안 봐야지 했는데, 안 될수록 더 보게 됐습니다. '저 사람은 왜 됐지?' '나는 뭘 놓친 걸까?' 계속 비교하고 또 비교했습니다.

동결배아 이식과 재도전 준비
실패 후 바로 다음 시도를 준비하려 했는데 생리가 바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고,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동결배아 이식(FET)이란 이전 채취 주기에서 수정 후 냉동 보관해 둔 배아를 자궁 내막 상태에 맞춰 해동하고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신선배아 이식과 달리 과배란 유도 주사를 다시 맞지 않아도 되고, 자궁 환경을 더 안정적으로 만든 뒤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동결배아가 남아 있다는 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
그때 담당의를 바꿀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동결배아가 없었다면 아마 다른 병원으로 옮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 담당의가 더 안 맞으면 어떡하지, 원래 담당의에게 돌아가면 관계가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별 걱정을 다 했습니다.
제가 두 번째 시도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정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식 개수 문제를 반드시 담당의와 직접 상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배란 유도제, 황체호르몬 질정 투여, 자궁 내막 두께 확인까지 —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자궁 환경을 착상에 최적화하기 위한 것임을 이번에는 이해하고 임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을 그냥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과 이유를 알고 따라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시험관은 단순히 임신 여부를 결정짓는 한 번의 시도가 아닙니다. 번거롭고 버거운 것과 안 되는 것은 다릅니다. 그 말이 처음엔 공허하게 들렸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험관 아기 시술은 보통 몇 번 만에 성공하나요?
A. 나이와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학 연구에 따르면 30~31세 기준으로도 첫 번째 시도에서 분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48%입니다. 즉 절반 이상은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3회 이내 누적 분만율은 67%로 올라가므로, 여러 번의 시도가 치료 과정의 일부임을 미리 인지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화학적 임신과 진행 임신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화학적 임신은 착상은 이루어졌지만 hCG 수치가 더블링되지 않아 정상 임신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진행 임신은 6주 전후로 초음파에서 심음이 확인되는 단계입니다. 피검사에서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분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각 단계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신선배아 이식과 동결배아 이식 중 어떤 게 더 낫나요?
A.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동결배아 이식(FET)은 자궁 내막 상태를 더 안정적으로 조성한 뒤 이식할 수 있어 착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는 배아 상태와 환자의 호르몬 환경, 담당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의와 직접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남편 정액검사에서 정상 정자가 1%면 시험관을 해야 하나요?
A. 정상 형태 정자 비율이 매우 낮고 운동성도 떨어지는 경우, 자연임신이나 인공수정보다 체외수정(IVF)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액검사는 상태가 변동될 수 있어 재검사를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난임 전문 병원에서 부부 함께 검사 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결론
시험관을 겪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구나.'였습니다. 한 번에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래서 실패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감정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고, 후회와 자책을 거치면서 다음 시도를 더 단단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관은 성공만큼이나 실패 후 다시 시작하는 과정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분만율 수치가 낮다고 느껴지더라도, 누적 임신율은 시도를 거듭할수록 올라간다는 사실만은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번거롭고 버거운 것과 안 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그 말을 첫 번째 실패 이후에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