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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 하루 일과, 밥 한 끼에 13시간 걸린 날

by 기록온 님의 블로그 2026. 8. 3.

아이 남긴밥, 바닥에 던진밥으로 한 끼 때우고 13시간만에 제대로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 처음 먹은 밥은 아이가 남긴 밥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늘 '아이보다 내가 우선할꺼야.', '아이가 남긴 밥을 왜 먹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챙기다 보니 늘 제 밥은 뒷전이 되었고, 눈앞에 있는 밥은 아이가 남긴 밥이거나 안 먹겠다고 던진 밥뿐이었습니다.

육아 하루, 밥 한 끼에 13시간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됩니다.

조금만 더 자줬으면 하는 마음에 6시 30분까지 눈을 감고 있어 보지만, 놀자고 돌아다니거나 일어나라며 저를 흔들어 깨우는 통에 결국 6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편입니다.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밥을 준비하고, 먹이고, 치우고, 놀아주다 보면 눈 깜짝할 새에 오전이 지나가 있습니다. 바빠서 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깜빡할 만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 물을 줄 때 제 물 한 잔 같이 마시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아이 밥을 준비하면서도 늘 제 밥은 뒷전입니다. 아이 밥을 준비하면서 제 밥도 함께 차려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배고프다고 성화인 아들 밥을 후다닥 해주느라 결국 제 밥은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들이 남긴 밥이나 안 먹겠다고 바닥에 던진 밥을 치우면서 주워 먹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이 잘 때 먹으면 되지 않냐고 주변에서 많이들 말합니다. 하지만 같이 누워 있지 않으면 잠에서 깨는 경우도 많고, 행여 제가 움직이는 소리에 금방 일어날까 봐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아이가 일어나면 놀아주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지는 거니까요. '차라리 내가 좀 배고프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넘기게 됩니다.

어느새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는 저녁이 되면 배가 너무 고파 서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남편이 "고생 많았어."라며 후다닥 밥을 차려주고, 자기는 방에 들어가 아들을 토닥여줄 테니 얼른 밥부터 먹으라고 합니다.

그제야 허겁지겁 밥을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밥 한 끼 챙겨 먹는 것, 나를 챙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내가 아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제 밥보다 아이를 먼저 챙기는 하루를 보내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이유식 공장, 7시30분~18시 이틀

남편이 쉬는 날은 이유식 공장을 돌리는 날입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종일 주방에 서 있으면 하루 만에 끝날 것 같지만,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들이 깨어 있는 오전에는 이유식 공장을 가동하고, 아들이 자는 동안에는 남편과 로테이션으로 밥을 먹습니다. 오후에는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결국 이틀에 걸쳐 만들게 됩니다.

이유식은 냉동 보관을 해도 최대 2주 정도만 먹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매주 남편이 쉬는 날이면 이유식 공장이 다시 가동됩니다.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갈고, 굽고,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기까지 손이 정말 많이 갑니다. 가정보육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무염으로 먹이고 싶고, 무염이어도 맛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생각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갑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이유식 공장을 가동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버립니다. 정작 제 밥을 포함한 어른 밥은 없습니다. 대충 계란후라이에 참치를 넣어 간장밥을 먹거나, 김치찌개 하나로 일주일 내내 버틸 때도 많습니다.

아들 밥은 매 끼니 고민하고, 하루 세 끼 메뉴가 겹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제 밥은 '배만 채우면 되지.', '먹기만 하면 다행이지.'가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시험관부터 출산까지, 운동 못 한 2년

운동을 마지막으로 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저는 운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저를 위한 시간이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다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걷기 외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고, 아이를 위해 제가 좋아하던 운동을 내려놓고 시험관을 시작했습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임신 후에도 혹시라도 무리해서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봐 운동은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출산하면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출산 후에는 몸 회복을 위해 바로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쉬었고, 그 이후에는 아이 낮잠 시간과 운동 시간이 계속 겹쳤습니다.

낮잠을 3번 잘 때는 '낮잠이 2번으로 줄어들면 갈 수 있겠지...'
낮잠을 2번 잘 때는 '낮잠이 1번으로 줄어들면 갈 수 있겠지...'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운동을 못 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4개월이 된 지금도 아이는 엄마 껌딱지라 잘 때조차 옆에 있어줘야 합니다. 운동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

아이를 위해 포기한 것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내가 먹는 밥보다 아이가 잘 먹는 한 끼가 더 중요했고, 내가 쉬는 시간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엄마인 저도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을요.

아직은 운동을 다시 시작하지 못했고, 여전히 제 밥보다 아이 밥을 먼저 챙기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엄마니까 당연하지'라고 넘기기보다, 조금씩 제 건강과 제 시간도 다시 찾아가고 싶습니다.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내어준 시간만큼, 이제는 저 자신도 조금씩 챙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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