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눈물 난 건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를 챙기다 보면 제 밥은 늘 뒷전이 되더라고요. 한 번만 더 놀아주고, 한 번만 더 안아주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조금 있다 먹어야지.' 하며 미루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 밥을 까먹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육아 준비, 아무것도 몰라서 시작
출산 전에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이 작아서 산후이모님까지 함께 지내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남편이랑 둘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육아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와 집에 와보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모르는 것 투성이인 수준이 아니라 그냥 물음표만 있었어요
처음에는 3시간마다 분유를 타고,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재우는 것만 반복했습니다. 글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처음 겪는 저희 부부에게는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은 물에 분유를 넣고 흔들면 끝이잔아?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때는 분유 타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어요. 겨우 분유를 먹이면 30분 동안 트림을 시켜야 했고 재우려고 하면 깨고,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토하면 옷까지 갈아입히다 보면 '나 뭐 했지?' 싶은데 벌써 다음 수유 시간이더라고요.
특히 아이는 품에 안기면 잠들다가도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신기할 정도로 바로 깨곤 했습니다. 겨우 재웠다고 생각했는데 내려놓는 순간 다시 깨서 안고 재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조금 적응했다 싶으면 또 새로워졌습니다. 아이 옷은 금방 작아지고, 필요한 육아용품은 계속 생기고, 이 시기에는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도 하나씩 찾아봐야 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미리 준비했던 물건들도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육아는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막상 닥쳐봐야 '아, 이게 필요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왜 다들 새벽배송 없이는 육아가 어렵다고 하는지 그때 정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쉬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자는 짧은 시간 동안 핫딜과 필요한 용품을 알아보고, 이 시기에는 어떻게 놀아주면 좋은지 찾아보고, 다음 밥 메뉴까지 고민했습니다.
아이와 놀아줄 때는 휴대폰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하기에, 아이가 잠든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았습니다.
육아는 미리 준비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었고, 하루하루 부딪히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산후이모님 없이 남편과 둘이 시작한 육아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저희도 하나씩 배워갔고, 그렇게 하루하루 해내고 있었습니다.
14개월, 아빠 신발 들고나가라고
100일이 딱 되자마자 5시간 통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꼭 저랑 같이 자야만 통잠을 자더라고요. 그래서 이때부터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같이 자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같이 잔다는 게 남편이랑은 안 되고, 엄마인 저만 가능했어요.
한 번은 자다가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남편에게 "깨면 토닥여달라"고 말하고 잠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는데, 그 사이 아이가 깬 거예요. 아빠와 눈을 두 번 마주치더니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는 걸 알았는지 울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부탁하지 말걸 싶었어요.
지금 14개월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 껌딱지입니다.
다만 지금은 자다가 아빠 얼굴을 본다고 울고 그러지는 않아요.
몇 번은 잠들기 전에 아빠가 옆에 있으니 안 자고 놀려고 버텨서 아빠를 밖으로 내보내고 재운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잘 시간이 되면 아빠 신발을 들고 아빠한테 가요.
처음에는 아빠가 간다고 하면 울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자야 하는 시간이 되면 '아빠는 나가야 한다'는 듯 신발까지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아빠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지만, 엄마인 저는 너무 웃겼어요.
하루 한 끼, 배고파서 눈물 난 날
배고파서 눈물 난 건 처음이었어요.
저는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제 밥을 미루고 아이랑 더 놀아주게 되더라고요.
한 번 더 놀아주고, 한 번 더 안아주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 있더라고요. 아이를 재우는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런데 밥을 먹겠다고 아이를 혼자 둘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이야 혼자 잘 놀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지만 그때는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걱정됐습니다.
평소에는 배가 너무 고프면 오히려 입맛이 없어지고, 먹는 것에 큰 낙이 없어서 '안 먹으면 안 먹는 거지.'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날은 너무 배가 고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이 거는 하나하나 챙기면서 정작 제 것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가 육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매일 그랬던 건 아니고, 며칠에 한 번 정도..?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못 먹어서 그런지 저도 예민해졌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 남편에게 핸드폰으로 "너만 입이냐"라고 싸운 적도 있습니다.
"나는 종일 못 먹고 있는데, 혼자 밥 잘 먹어서 좋냐."
"혼자 잘 먹으니까 살찌는 거 아니냐."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그때는 정말 서운했습니다.
그러면 다음날 남편이 밥을 정말 잘 챙겨줬어요. 지금은 잘 챙겨주지만, 초반에는 저도 제 밥을 제대로 챙기는 방법을 몰랐고 남편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계속 사랑해 주려면 엄마인 저도 같이 챙겨야 한다는 걸 그때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살찐 게 아니라 붓기, 살기 위해 먹는 중
아이랑 같이 있으면 많이 먹게 되는 줄 알았어요.
임신하면 살이 찌는 사람도 있고, 육아하면서 살이 찌는 사람도 있다 보니, '아이가 있으면 먹을 일이 많아지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제가 겪어보니 전혀 아니더라고요.
아이를 챙기느라 하루 종일 움직이고, 정작 제 몸을 돌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운동은커녕 밥 한 끼 편하게 먹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출산 후 몸이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는 게 '살이 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살이 찐 게 아니라 부기가 빠질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안고, 놀아주고, 챙기는 시간은 많은데 정작 저를 챙기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이제는 아이 간식 시간에 맞춰서 저도 밥을 먹습니다. 살기 위해 먹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를 먼저 챙기느라 제 밥을 계속 미뤘다면, 이제는 아이랑 오래 잘 놀아주기 위해서라도 제 몸을 챙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