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고기 1/3 이상이면 밥까지 다 뱉어냄.”
고기를 잘게 다져 밥에 섞어줘도 고기 양이 조금만 많아지면 밥까지 그대로 뱉어버립니다.
고기 거부 아이, 뭘 시도해 봤냐면
이유식을 시작했을 때부터 야채를 특히 좋아했고, 지금도 두부, 계란, 생선 같은 음식은 잘 먹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기만 안 먹더라고요.
처음에는 이유식 때 고기를 삶아서 갈아주는 방식이라 잘 안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커서 유아식을 먹기 시작하면 고기도 자연스럽게 잘 먹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유아식을 시작하고도 고기를 먹는 날보다 거부하는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물에 빠진 고기라서 싫은 건가 싶어 유아식을 시작하면서 기름에도 구워보고, 버터에도 구워보고, 뼈가 있는 고기도 그대로 줘봤어요.
그런데 이것도 잘 먹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고기 잡내가 싫은 건가 싶어 마늘가루와 양파가루를 넣어보기도 하고, 달달하게 만들어주면 잘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도라지즙이나 배즙에 재워보기도 했어요.
SNS나 책을 찾아보면서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고기 레시피도 정말 많이 따라 해 봤습니다.
육전도 해보고, 갈비도 해보고, 소고기 전, 돈가스, 소세지까지 만들어봤어요.
제가 임의로 재료를 넣었다가 실패한 적이 많아서 웬만하면 레시피에 적힌 정량도 그대로 지키려고 하는데,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도 고기는 잘 먹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조금 먹어주는 게 너비아니였어요.
너비아니는 크림소스와 같이 주면 잘 먹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재료와 섞어서 고기 맛을 덜 느끼게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고기를 숨겨서 주면 속아 넘어갈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고기가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바로 알아차립니다.
고기만 쏙 빼고 밥을 먹기도 하고, 몰래 넣은 고기가 많으면 아예 뱉어버려요.
밥에 고기가 1/3 정도 이상 들어가면 고기만 뱉는 것도 아니고 밥까지 전부 뱉어버리더라고요.
지금은 무염으로 먹이고 있어서 고기 자체의 맛이 더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간장이나 다른 양념을 조금씩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고기도 지금보다는 잘 먹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영양제 말고 철분 식품으로
고기에 들어 있는 철분은 흡수율이 높은 편이라고 해서, 가능하면 고기를 먹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줘도 고기를 잘 먹어주지 않으니, 다른 식품을 통해서라도 철분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원래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철분이 들어 있는 식품들을 찾아봤는데, 두부, 병아리콩, 계란, 시금치, 브로콜리처럼 평소에도 꾸준히 먹이고 있는 재료들이더라고요. 다행히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철분을 챙겨주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았어요.
병아리콩은 삶아서 그냥 주기도 하고 밥에 넣어주기도 하는데, 찾아보니 빵으로도 만들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간식처럼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철분을 챙겨주려고 하고 있어요.
비트도 철분이 들어 있는 식품이라고 해서 먹여보려고 했는데, 저희 아이는 흙맛이 나는지 비트만 주면 잘 먹지 않더라고요.
진짜 맛있게 삶아진 비트를 사서 줘봐도 안 먹어요. 저는 맛있어서 잘 먹는데 말이죠.
그래서 간식을 만들어줄 때 비트를 같이 넣어주는 편이에요. 다른 재료와 섞어서 간식으로 만들어주면 다행히 잘 먹어줘서 주기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야채를 대체적으로 잘 먹는 아이라 이런 식으로 철분이 들어 있는 식품을 챙겨주는 건 그나마 수월한 것 같아요.
물론 영양제를 먹이면 훨씬 간편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고기만 잘 먹지 않는 아이라서 저는 되도록 음식으로 섭취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음식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제가 조금 더 손이 가더라도 지금은 식품으로 철분을 챙겨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난이라는 말 들어도, 내 품에 있을 때는
돌이 지난 아이에게 무염을 고집하는 게 힘든 길이라는 건 알아요.
돌이 지나면 간을 해도 되고, 어린이집에 가면 자연스럽게 간이 된 음식과 간식도 먹게 될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거든요.
저도 제가 조금은 힘들게 하고 있다는 건 알아요.
무염으로 먹이려다 보니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인지 하나씩 확인하게 되고, 성분표도 꼼꼼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무염으로도 잘 먹는 레시피를 찾는 것도 매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되고요.
유기농까지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가능하면 국내산을 먹이려고 하고, 국내산이 없으면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는 정도예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는 걸 두고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지금은 제가 선택해 줄 수 있는 시기잖아요.
조만간 어린이집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제가 만든 음식만 먹일 수도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적어도 제 품에 있을 때만큼은 제가 해줄 수 있는 데까지 해주고 싶어요.
솔직히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는, 적어도 두 살 정도까지는 설탕이라는 걸 몰랐으면 좋겠어요.
야채 고유의 단맛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초등학생 때쯤 불량식품이 맛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많이 사 먹었거든요.
언젠가는 아이도 제가 해주는 음식보다 불량식품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날이 오겠죠.
그래도 불량식품이 더 맛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노력해 보려고요.
지금은 제가 선택해 줄 수 있는 시기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제가 해주고 싶은 만큼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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