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자고 하면 쪼르르 달려와 제 무릎에 착 앉아요. 그리고 발을 쭉 들어 포인까지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유모차 거부, 초반 한두 달은 10분이 전부
저는 엄마들이 아기띠를 하고 다니는 모습보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더 많이 봐와서, 저도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유모차를 끌고 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유모차를 태우기는커녕 아기띠만 하고 다녔어요.
디럭스 유모차까지 당근으로 구매해 놨는데, 유모차가 너무 답답한지 싫다고 난리가 나서 늘 포기하고 아기띠로 전환했었습니다.
디럭스는 접히지도 않고 공간도 엄청 차지하잖아요.
현관을 반절 넘게 차지해서 한동안 너무 불편하고 비좁게 지나다녔습니다.
안 타는 거면 치우면 될 법도 한데, 혹시나 탈까 싶은 기대감에 차마 치워놓을 수가 없었어요.
조금 더 크면 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현관에 두고 있었거든요.
결국 현관만 차지한 채, 끝까지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보내줬습니다.
'휴대용은 다르겠지.' 싶어서 휴대용 유모차도 구매했는데, 휴대용도 크게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초반 한두 달은 조금씩 태워보면서 길어야 10분 정도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오죽했으면 유모차를 적응시키려고 집 앞에 나갈 때가 아니면, 늘 유모차에 아기띠를 넣어 다녔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아직 주변이 잘 보이지 않을 때인데, 묶여 있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어요.
가만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으니... 저라도 정말 지루했을 것 같습니다.
10kg 앞보기 아기띠, 도보 왕복 20분의 후회
저는 아기띠로 뒤보기 하는 건 너무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앞보기로만 했었습니다.
뒤보기로 업으면 아이가 떨어질 것 같아서 불안함을 느끼는 건 저만 그런 걸까요?
혹여나 떨어질까 봐, 제가 못 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워서 꾸역꾸역 앞 보기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10kg 정도 되는 아이를 앞보기로 하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건 정말 할 행동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끽해야 왕복 20분 정도인데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호기롭게 걸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위까지 더해지니 어깨, 등,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더라고요.
집으로 걸어오면서 '두 번 다시 앞보기로 5분 이상은 걷지 말자...', '엄청 엄청 급한 거 아니면 절대 아기띠 하고 나가지 말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왜 그렇게 힘든 건지...
그 이후로는 아기띠를 하고 혼자 장을 보러 나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남편이 쉬는 날에 장을 보거나, 조금이라도 걸어 나가야 하는 볼일은 전부 몰아서 해결했어요.
사실 왕복 20분도 이렇게 힘든데 더 긴 거리는 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이 정도 거리도 안 되겠다' 싶어서 웬만하면 혼자 아이를 안고 걸어 나가는 일 자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돌 지나고 달라진 것, 유모차 왕복 40분
돌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생긴 건지 유모차 타는 것에도 적극 협조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냐면 유모차를 툭툭 치면서 타자고 하고, 아이스팩을 꺼내놓으면 직접 들고 유모차로 가서 올려놔요.
매번 나가기 전에 아이스팩을 유모차에 넣었던 걸 보고, 이렇게 해야 나간다는 걸 아는 건지 엄청 적극적이에요.
유모차를 타고 나가면 40분 정도는 잘 버텨줘요.
예전에는 10분도 힘들었는데 반절 이상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나가면 중간중간 걸어서 돌도 만지고, 나뭇잎도 만지고, 놀이터에서도 놀고 들어옵니다.
또, 신발 신자고 하면 쪼르르 달려와 제 무릎에 착 앉아서 발을 포인 자세로 들어줘요. 빨리 양말 신기고 신발 신기라고 신기기 좋게 발을 쭈욱 내밀어줍니다.
신발 신기 싫어서 울고불고 도망가고, 발에 힘줘서 신발도 못 신기게 만들던 아이가 불과 몇 달 만에 이렇게 협조적으로 변할 줄이야.
그리고 생각 외로 일찍 태울 걸 그랬나 싶은 게 바로 마트 카트예요.
저희는 13개월 끝날 즈음에 처음 태워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신나서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유모차랑은 또 다른가 봐요. 높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단! 멈춰 있으면 안 돼요.
계속 움직여줘야 좋아하더라고요.
유모차도 잘 타고, 마트 카트도 잘 타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혼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도 생겼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혼자 외출을 못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모차가 아니라 카시트였습니다.
카시트를 너무 싫어해서 혼자 아이랑 차를 타고 이동할 자신이 없어서 안 나갔던 거였는데, 돌 지나고 더 이상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서 문화센터를 신청했습니다.
아빠가 운전하고 제가 옆에 앉아 있을 땐 지루해서 못 견디겠다고 울고불고 떼쓰고, 벨트를 툭툭 치면서 풀어달라고 난리가 났었는데...
아빠 없이 제가 운전하고 둘만 있으니까 벨트를 툭툭 치는 것도 없이 잘 앉아 있더라고요.
몸이 찌뿌둥한지 몸을 비틀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는 것 같았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알면서 일부러 그랬던 건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유모차는 장식품이고, 외출은 아기띠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먼저 유모차를 가져오고 신발을 신겨달라고 발까지 내밀어 줍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는 정말 하루아침에 크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훌쩍 자라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때는 언제 편해질까 싶었는데, 아이가 크면서 정말 하나씩 달라진다는 걸 요즘 가장 많이 느끼고 있어요.
